꽃을 바라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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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04-09-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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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바라보는 남자, 교회로 올라오는 양 계단옆으로 철쭉꽃이 소담스럽게 피어올라 지나는 이의 눈길을 유혹합니다.
아이 손을 잡고 산을 오르던 아이 엄마는 예쁜 꽃 사이에 아이를 세워놓고 서너방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는 포토제닉 모델처럼 양볼에 손가락을 찍어 누르며 이~ 하고 있습니다.
“엄마도 같이 서세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그 모습이 좋아보여 인심 한번 썼습니다. “고맙다”합니다.
작년 이 맘 때쯤 성전을 이전하면서 온 성도들이 교회주변에 꽃을 심었습니다. 아름다운 성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녀들까지 총동원하여 지극 정성으로 꽃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나오는 시간이면 맑고 기분좋은 아침 햇살이 꽃잎의 깊은 잠을 깨우고 있습니다.
졸리운 눈을 부벼대며 잠옷을 입은채 일어나는 귀여운 아이의 순수함이 꽃잎속에 담겨 있습니다.
품안에 안아주면 아이는 깊지 않은 잠을 다시 청하듯
기지개를 켜듯 활짝 피어난 꽃, 하품하듯 잠이 덜깬 꽃,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여 눈을 꼭 감고 있는 꽃,
몽실 몽실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수 많은 꽃봉오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아름 얼싸 안고 있는 남자의 마음이 천국입니다.
수천그루가 무리지어 花舞를 연출하니 마음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어 놓기만 하고 제대로 가꾸어 주지도 못한 채 피어난 꽃만 바라보고 행복해 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흙이라도 한번 더 채워 줄걸, 가물어 목말라할 때 호스를 끌고와서 물이라도 한번 더 시원하게 줄걸,
군데 군데 말라버린, 그래서 꽃을 피우지 못한채 枯死해 버린 포기들을 보면서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사랑해 주지도 못하였으면서 피어난 꽃으로 기쁨만 찾으려는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철쭉꽃은 남자의 무관심에 서운해 하지 않으며 활짝 핀 얼굴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자기 할일을 다 하는 것뿐이라며 아침바람에 살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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