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위에 내린 하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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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모든 일과를 마치고 당회원과 재정부원이 정책당회를 위해 교회를 떠났다. 틀에 박힌 일상을 떠나 어디론가 하루쯤 떠난다는 것은 느닷없는 휴강 소식만큼이나 기쁜 일이다. 짬을 내자면 못 낼 것도 없는데 우리네 생활은 체 바퀴 돌리는 삶에서 좀체 벗어나질 못한다. 일도 일이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강원도 횡성댐 자락에 자리잡은 예쁘장한 팬션.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였기에 팬션 주춧돌아래 펼쳐져 있는 호수의 멋진 광경을 볼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원주에서 큰 식당을 운영했었다는 안주인의 구수한 된장국과 곰삭은 묵은 김치, 맛깔스런 깻잎, 그리고 토종 횡성 한우 구이는 쫄쫄 굶주린 우리에게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그릇마다 사찰체험 식기 비우듯 깨끗이 해치웠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곧 이어 내년도 교회 정책에 대해 말꼬가 트이기 시작하더니
새벽 두시 반까지 이어졌다.
재적 성도 2천명이 넘는 살림살이를 꾸리는데 어찌 이 짧은 시간으로 해결이 되겠는가,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교회 행정이나 목회 정책에 구멍이 숭숭나 있음을 절감케 된다. 신자 관리부터 시작하여 리더 교육, 체계적인 신앙 교육 프로그램, 재정 운영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틀이 갖춰져 있는 것이 없다.
예배공간과 교육시설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런 빈약한 조직속에서 우리 교회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은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고백할게 없다. 그러나 모든 게 은혜라고만 결론 짓기엔 더 큰 부흥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자 굵직한 정책만 다루는데도 끝이 없다.
시계 바늘이 새벽 2시30분을 넘기자 마음은 뜨겁지만 육신의 피곤을 이기지 못하여 눈이 반개 상태가 된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라고 했는데 주님께서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
오늘이 11월2일이니 계절적으로는 아직 눈이 내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강원도 산간지역 이어서 인지 눈발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폭설로 변하여 쏟아지기 시작한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니 대관령을 중심으로 동해안쪽으로 엄청난 눈이 내려 벌써부터 교통이 마비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단풍잎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차디찬 첫 눈을 맞이한 꼴이 되었다.
눈밭에서 뛰노니는 어린아이의 볼그스레한 볼처럼 나뭇잎이 빨갛게 얼어버렸다.
붉은 단풍잎위에 턱- 내려앉은 하얀 눈이 묘한 깨달음으로 안내한다.
곱게 물들인 단풍잎과 하얀 눈은 계절적으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이지 않은가?
가을과 겨울, 시월과 정월, 단풍관광과 겨울 눈축제는 그 의미가 다르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옷차림새도 다르다. 느낌도 다르고 감정도 다르다.
그런데 이번 첫눈은 이 둘을 한데 묶어 ‘단풍잎 위에 내린 하얀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나님의 지혜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우리 교회는 그렇게 10년 세월을 지내왔다. 부족하고 연약한 자들을 이리 저리 묶고 묶어 교회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쓰시질 않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을 모아 다양성속의 일체감을 이루게 하시어 오늘을 있게 하셨다. 하나님은 최고의 작가이시다.
별볼일 없는 조각들을 쓸어안아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신다.
2010년도 기대가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우리를 모으셔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내실까?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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