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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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집에 오셨다.
겉으로 뵙기엔 괜찮은 듯 싶지만
대화를 하다 보니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신 얘기 또 하고
아까 했던 말씀 또 물어보신다.
조금 전에 여쭤 봤던 말씀에 생소한 대답을 하신다.
아차, 이게 알츠 하이머 증상인가 싶다.
부리나케 병원가서 검사하니
치매가 시작 되었다는 슬픈 소식이다.
알콩 달콩 두 분이 살고 계시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자식들은 제 살기에 바빴다.
어쩌다 한번 내려가 뵈면 냉방에 담요 덮고 계신다.
돈 보내드릴테니 보일러 때시라 해도
돈 아깝게 그럴일 있느냐며 온 몸으로 추위를 견뎌내시던 분들
워낭소리 할매처럼 늘 잔소리해댔지만
수족을 가눌 길이 없는 남편이 어느 날 훌쩍 요양원으로 떠나고 나니
그 허전함을 메울 길이 없으시나 보다.
밤마다 ‘아버지 데려와라’ 전화 하신다.
본인이 간병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가 안된다.
옆에 안계시니 공허감을 견딜 수 없으시나보다.
짬을 내어 집에 내려가 보니
모든 살림살이가 한달 전 다녀왔던 상태로 묵혀있다.
손바닥만한 주방 치우고, 청소하고, 정리하는데만 3시간
꽁꽁 눌어 붙어있는 밥풀데기가 지난 식사 시간을 알려준다.
보내드린 약 봉지도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다.
몇 달 새 할매 꼴이 되어 버린 장모님
아내는 울음반 탄식반이다.
‘어머니 수원으로 갑시다’
‘안가, 아버지는 어쩌라고’
한사코 반대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아내의 손길이 바쁘다.
이것 저것 영양 보충을 위해 마구 떠 먹인다.
이 곳 저 곳 바람 쐬러 나간다.
‘언제 가? 얼릉 가야혀, 아버지는 어쩌라고?’
당신 몸이 파죽인데 그 생각속에는 온통 남편 걱정 뿐이다.
‘어머니, 아버지는 잘 계시니 걱정마시고 여기서 편히 계세요’
그래도 소용없다.
집에 갈 날자만 손꼽으신다.
진주에게 할머니 모시고 영화관에 가라 일렀다.
‘워낭소리’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 정신이 들지 않을까? 해서다.
아이는 처음으로 손주 노릇하게 됐다며
시험공부를 미뤄두고 할매 팔짱을 끼고 나간다.
‘어머니, 영화 잘 보셨어요?’
‘몰라, 피곤혀’
드러누워 금새 코를 고신다.
아, 어쩌면 좋은가?
농사 지어 쌀 보내시고
밭 일궈 고구마 박스에 담아 부쳐 주시던
그 힘이 어디로 갔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만 답답할 뿐 해답을 찾지 못하겠다.
느닷없이 당한 두 분의 생 이별
그 그리움이 ‘언제 가?’ 로 표현된다.
치매 예방에 홍삼이 좋다기에
엑기스 봉지 잘라 드린 것으로 효도가 될까?
분홍색 티셔츠 사 입혀 드린 것으로 효도가 될까?
어떻게 해 드리는 것이 효도인가?
시간은 말없이 흐르는데 마음만 동동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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