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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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족이 생겼다.
사전에 계획한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새 식구가 생긴 것이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리 상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늘 즉흥적이라고 타박을 한다. 자기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렇게 불쑥 새 식구를 데리고 오면 어떡하느냐고,
어떻게 키울 것이냐고 볼멘소리이다. 내가 키울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는 쳤지만 아내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새 가족을 키울 수 있겠는가?
새로운 생명이 집안에 들어오니 사뭇 집안 분위기가 달라보인다.
이젠 자녀들이 다 커서 조용하던 집안에 새 식구가 들어오니 갑자기 방안이 소리로 꽉찬 느낌이다. 둘이서 꽤나 시끄럽게 굴지만 볼수록 참 예쁘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리도 예쁘게 만들어 놓으셨을까? 둘이 쌍둥이처럼 닮아서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가 없다.
우선 별명부터 지어야겠다 싶다. 아직 어리기도 하고 귀여우니까 코가 약간 불그스레한 애를 ‘꼬돌이’라 하고 코가 하얀애는 ‘꼬순이’이라 부르기로 했다. 얘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한다. 아침 잠이 없나 보다.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얘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지 귀청이 따가울 정도다.
그런데 이 놈들이 보기보다 참 지저분하다. 밥을 먹을 때도 얼마나 주변에 흘려놓는지 말할 수가 없다. 깨끗하게 먹어 흘리지 않도록 보호대를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을 여기 저기 온 방안에 흩뿌려 놓는다.
어디 그 뿐인가? 표현하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물을 마시는 그릇에다가 응아를 하기도 한다.
여러 번 타이르고 야단을 쳐 보지만 소용없다. 도대체 말을 듣지 않는다. 제 멋대로다.
고민이 시작된다.
얘들을 계속 키워야 하나, 그럴려면 이 꼴을 계속 봐야 하는데 어찌할까 고민이다.
미운 짓을 보고 탓하기 보다는 예쁜 짓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노란색 같으면서도 약한 형광색빛이 나는 고운 털이 참 예쁘다. 얘들이 노니는 모습을 물끄러니 보노라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얘들은 평생 새장안에 갇혀 살아야만 하지만 그 나름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먹고 싸고 밤이 되면 고개 숙이고 잠을 자고 동이트기 시작하면 벌써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비록 부리는 구부러져 있지만 그 부리로 얼마나 둘이서 서로 부벼대는지, 그래서 잉꼬 부부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새들을 키우다 보니 그들의 날개짓과 소리를 듣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한 녀석은 날개를 퍼득이며 소리를 지르며 구애 작전을 편다. 그러는 동안 다른 녀석은 딴청을 피우며 다른 곳에 가 있다.
한참 동안 날개를 펼치며 세레나데를 불러도 오지 않으면 잽싸게 내려가 구박을 한다. 쌈박질이 시작된다.
그 좁은 새장안은 갑자기 K-1격투기 장으로 변한다.
여기 저기 날라다니며 쫓고 쫓기는 동안 온갖 새털과 먼지를 날린다. 시끄러움을 견디다 못해 ‘조용히 못해?’ 하고 소리 지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부싸움을 누가 말릴 것인가.
잠시 시간이 흘러가고 보면 또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서로 부리를 맞대고 부벼가면서 뽀뽀를 해 댄다.
남살스럽다.
사노라면 싸울 때도 있고 사랑할 때도 있다. 어느 날 그런 새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내가 ‘여보, 우리도 새들처럼 뽀뽀해 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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