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스를 차고 설교를!
페이지 정보
본문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부흥집회를 며칠 앞두고 느닷없이 급성장염에 걸리고 말았다.
평소에 ‘철배’임을 강조하며 아무거나 잘 먹었던 것과는 달리 입맛이 싹 달아나 버린 채 하루에도 십 수번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때를 맞춰 요리사 집사님의 교역자 점심초청, 아이 돌 잔치 예배 등 풍성한 음식을 맛있게 먹을 기회들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멀건 죽만 몇 숟갈 들 뿐이었다.
주일예배와 다음 주 초에 있을 집회를 위해서라도 빨리 회복해야 하겠기에 병원을 찾았더니 급성 장염이며 탈수 증세가 심하니 링거 주사를 맞아야 하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면서 한 봉지를 건네준다. 약을 먹으면서도 걱정이다. 내일 주일 예배를 잘 드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또 제주도 부흥집회는 어떻게 하나, 기도는 하면서도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예배 전에 화장실, 예배 후에 또 화장실, 새로 마련한 사무실 안에 화장실 만들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 효과가 있는 듯 차츰 회복이 되는가 싶더니 제주도에 도착하여 집회가 시작될 즈음으로 다시 재발되고 말았다.
먹은 음식은 소화가 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한 채 설사는 계속되었다. 그렇다고 강사가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속은 불편하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한번 두 번 설교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상태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들통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부흥집회 강사님 대접을 한다며 제주도 특산물인 도미회, 전복회, 제주 은갈치회, 갈치조림 등이 순번을 정하여 나오지만 젓가락 하나 댈 수가 없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으로 속사정 이야기를 하고 죽을 따로 주문하여 먹었다.
동석한 이들은 미안한 척 하면서 쩝쩝 거리며 맛있게들 먹는다.
가지고 간 약도 동이 났다. 기도를 한다. 마귀를 물리치듯 ‘이 더러운 장염균아 주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라져라’ 선포 기도를 해도 소용없다. 오히려 기세가 더 등등해 질뿐이다. 이제는 탈수 증세와 함께 먹지 못해 탈진까지 겹친다.
다시 병원을 찾아 비싼 링거를 또 맞았다.
그것도 소용없다. 드디어 마지막 날 저녁 집회를 앞두고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화장실을 나와서 돌아서면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예배 시간 직전까지 5분 간격으로 계속 들락거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설교하는 강단에서 실수하는 것은 손금 보듯 뻔 한 노릇이다.
그런 나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아내는 급기야 슈퍼에 가더니 일회용 하기스를 사서 건네준다. 이거라도 채우고 올라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마음도 내 상태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두 말없이 받아 넣었다. 하지만 이게 아기용인지라 맞지가 않는다. 대충 끼워 넣고 설교하기 시작했다. 부흥집회 설교를 장승처럼 꼿꼿이 서서만 할 수는 없기에 왔다 갔다 하며 설교를 하게 되니 이게 속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이를 어쩌면 좋은가, 강단 오른쪽으로는 찬양대가 자리를 잡고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잠시 후면 바짓가랑이 밑으로 웬 하얀 물체 하나가 빠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 아닌가?
그때부터는 양 다리를 일자로 붙여 더 이상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붙잡고 설교를 하였다. 진땀이 나는 시간이었다. 땀을 훔치는 나를 보며 성도들은 열정적인 설교라며 감동을 하였을까? 마침내 무사히 설교가 마치고 담임목사가 올라와 통성기도를 인도하는 시간 동안 나는 바지통을 붙들고 조용히 강단을 내려와 화장실로 향하였다.
신기한 일이다. 낮 시간에는 복통이 심하여 변기통을 매달고 다닐 정도로 설사가 심한데 설교하는 시간만큼은 말끔하다. 모든 집회가 끝난 그날 저녁은 다른 날과 달리 참으로 오랜만에 아침 동이 틀 때까지 깊은 잠을 잤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이렇게 상쾌하고 말끔할 수가 있는가. 마치 태풍과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던 밤을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날을 맞이하는 때와 같다. 거짓말하는 것 같다. 이제는 허기짐이 느껴진다. 냉장고에 넣어준 과일을 꺼내 먹었다. 그 동안 날 것을 먹을 수 없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이것저것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고 있는 나를 보는 아내는 ‘마치 거짓말하는 것 같다’고 한다.
무슨 이유일까?
단순한 장염이었을까? 아니면 영적인 문제였을까?
그 교회 담임목사와 대화를 나누며 그 해답을 깨달았다. 그 교회는 지금 강정마을 해변에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는 것 때문에 마을 주민들 민심이 양분되어 싸우고 있으며 마을 주민인 교인들마저도 양분되어 큰 혼란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평화롭기만 하던 마을과 교회 안에 엄청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런 분위기를 말씀과 기도로 치유해야 하니, 얼마나 큰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
제주도에서의 집회 요청을 받았을 때 쉬는 시간에는 여기 저기 관광도 다니고, 쉬는 시간도 가지길 원했지만 집회 기간 내내 꼼짝하지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집회가 끝나고 먹구름 같은 복통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교회 안에 복통이 일어나 온 성도들이 아파하고 있는데 강사가 와서 말씀만 전하고 놀러 다니는 것을 주께서 용납지 않으신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의 무지한 계획을 알고 계신 주께서는 ‘어림없는 일’로 일축해 버리신 것이다. 그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에 얼마나 감사가 넘치는지, 그들의 아픔과 함께 동참하며 말씀을 전하고 함께 기도하고 오게 된 것이 떳떳함으로 느껴진다.
말씀은 목소리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전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 주신 것이다.
주님, 그들과 함께 아파하면서 말씀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복통이 사라짐같이 그들에게도 평화를 주옵소서!
- 이전글-아무도 모르는 기적- 09.01.31
- 다음글윷놀이 인생 09.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