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방 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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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을 살다보면 기간이 만료되거나 혹은 집 주인의 사정에 의해서 이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여러 번 셋집을 살다보니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것도 큰 복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이 까다로운 경우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신경을 거스린다. 집을 험하게 쓴다느니, 관리를 잘 안한다느니, 계약이 만료되어 정당하게 이사를 하게 될 경우에도 이것저것 살펴가면서 변상을 하라는 둥 성질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개척시절 교회 건물도 세를 들어 생활한 적이 있다. 넓은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주인과 전세금 반환 문제로 옥신각신한 일이 있었다. 이사할 때는 박았던 못도 빼고, 달았던 간판도 뗄 것이며 그에 따른 못자국까지 완벽하게 처리를 하고 나가라며 만일 위반 시에는 전세금에서 까겠다는 막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세금을 쥐고 주질 않으므로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교회 건물을 이전하고 또 이전하여 현재 건물로 오고 보니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못을 치고, 칸을 막았다 뜯었다 해도 상관이 없다. 현 위치로 이전해 온지 벌써 5년 반이 지나고 있다. 그 동안 많이도 고쳤다.
교회학교 예배실이 부족하여 컨테이너로 교육관을 만들고, 본당과 교육관 사이를 오물조물하여 복도를 만들어 내고, 화장실이 부족하여 컨테이너로 이동용을 설치하고, 폐쇄되었던 윗 건물을 구입하여 온통 뜯어 고쳐 어린이 집으로, 2층은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도 부족하여 이번에는 본당을 다시 뜯어 확장을 하기로 하였다. 예배당이 부족하여 3부 예배를 드리다가 5부로 시간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또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본당 3면을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강단을 중심으로 좌우측면과 정면 즉 강단뒤편에 있는 목양실을 뜯어내고 확장해야만 한다. 그러면 현재 목양실 자리까지 포함시켜 약 200석 정도 늘어날 것이라 한다.
다방면으로 연구 검토한 결과 장로님의 의견은 “목사님 방 빼셔야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다. 목사 사무실을 빼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이리 저리 궁리한 끝에 본당 뒤편으로 옮기기로 하였다.
사무실에 들어와 이사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지저분하고 정리되지 않아 어수선하여도 지금이 편하고 좋다. 옮기려고 생각하니 무엇을 버려야 하나, 이번에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장서에 꽂혀 한 번도 보지 않은 책들이 많지만 버릴 수도 없고, 옮기자니 짐이다. 그 중에는 신학교 초년생일 때 밥을 굶고 라면으로 때우면서 돈을 모아 사 모았던 책들이 아직도 시커먼 먼지속에서 주인의 옛정을 머금은 채 꽂혀있다. ‘저런 책은 버려야 해’ 라고 생각하면서도 차마 버릴 수가 없다.
그 중 아무 책이나 끄집어냈다. <현대정신비판의 철학-나인홀드 니버> No 225, 柳喆培藏書, 1979,11,26 이라고 찍혀 있다. 용케도 30년 전 이맘때 구입한 책이 손에 잡혔다.
그 날짜에 구입한 225번째 책이라는 뜻이다. 그 이후 몇번 째 까지 도장이 찍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책 한권을 사서 도장을 찍는 재미가 있었다.
이제는 눈길한번 주지 않는 케케묵은 책으로 꽂혀 있지만 말이다.
이번 주에는 방을 빼고 새로운 방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방에서는 또 얼마동안 생활할지 모르겠다.
부흥케 하시고 확장케 하시는 하나님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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