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출발을 위한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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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08-06-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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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 만큼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없어도 교회가 잘 돌아갈까? 주일 낮 예배와 기도회는 잘 될까?
거의 매일 진행되는 신앙 상담 및 안수기도는 어떻게 되나? 담임목사가 없어도 교회가 부흥할까? 등등 교회에 대한 염려는 끝없이 밀려온다.
이 글을 읽는 부목사 입장에서는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마음은 사실이다.
이런 뜻을 비췄을 때 성도들의 반응은 역시 두 갈래였다. 찬성 측과 염려 측으로 나뉜다. ‘그 동안 수고 많이 하셨으니 좀 쉬실 때가 되었습니다’ 라고 찬성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목사님이 안계시면 어떻게 해요? 두 달은 너무 길어요. 한 달만 다녀 오세요’ 라는 분도 있다. 교회를 시작한 이후 10년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교회를 떠난 적도, 비워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마치 젖 먹이 아이를 처음 떼어 놓는 새내기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처럼 좌불안석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단호하게 결정하는 일은 쉬웠다. 교회는 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라는 생각이 쉽게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부터 두 달 동안 나는 교회를 떠나 있을 것이다.
성도들이 질문한다. ‘목사님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실 건가요?’ 궁금한 모양이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두 달 동안이나 돌아다닌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내 생각을 가지고 가면 그 틀을 벗어날 길이 없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내 생각의 틀이 늘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좁디 좁은 생각, 편협되고 작은 생각,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것들 속에서 기어 올라오는 생각이니 거기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까? 그래서 이번에는 아무런 내 생각을 가지지 않고 보여지는대로, 느껴지는대로, 경험되어 지는대로 담아볼 요량이다.
지난 10년의 교회 생활을 뒤돌아 본다면 후회스러움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뛰고 달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옆에서 보는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달려온 것이다. 내 몸을 돌보기 보다는 성도들의 신앙을 먼저 살피려했고, 내 몸은 지쳐 있었으면서도 기도 부탁하는 성도를 거절하지 않았으며, 한 밤중에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잠에 취한 목소리를 전하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몇 번 한 후에야 전화 받고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성도 가정에 좋은 일이 있으면 멀찍이 바라보면서 감사를 드렸고, 성도 가정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함께 말씀나누고 기도하므로 같이 울어주는 때가 있었다.
이들의 기쁨은 나의 기쁨이고, 이들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곁을 떠나 있는 두 달 동안 주께서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게 하실지 모르겠다. 다만 빈 노트만 들고 나설 뿐이다. 돌아올 때 뭔가 가득 채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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