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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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08-01-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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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거실에는 대여섯 개의 화분이 있지만 비싼 것은 하나도 없다.
굳이 하나를 들자면 이사할 때 선물 받은 산세베리아 정도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별 볼품도 이름도 없는 것들이다. 거기에 주인은 물이나 가끔 줄뿐 정성스런 손길 한번 주지 않으니 자라는 것을 보면 제 멋대로 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분재를 보면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식물은 자연 그대로 크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지론을 내세우며 게으름을 변명한다.
주인의 소극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예쁜 짓을 하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름도 모른다. 줄기에 가시가 돋아 있어 그냥 가시나무라고 부를 뿐이다. 생긴 것도 두 개의 줄기가 줄기차게 뻗어 올라가면서 산발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볼품은 전혀 없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때로 붉은 꽃송이를 몇 개씩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주인님, 나 여기 살아 있습니다.' 라고 신고하는 것처럼 두어 달 지나면 꽃이 피었다 지고, 또 두어 달 지나면 몇 송이 꽃이 피었다지는 것이다.
오늘은 그 예쁜 꽃잎을 바라보며 칭찬의 글을 남기고자 한다.
이름도 없고 볼품도 없고 가치도 없는 것이 때로 꽃을 피우면서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있다.
가재도구와 생필품만 가득한 딱딱한 공간속에서 살아 숨을 쉬며 붉고 예쁜 꽃을 피우므로 우리 가족 외에 또 다른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렇구나, 우리 가족만 생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도 여기 있었구나, 그래 너희도 우리와 한 가족이다'
그리고 보니 큰 것, 작은 것 모두 소중한 생명체들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싹 치우자'고 했던 말에 용서를 구한다. 살아있으니 버릴 수는 없다고 했더니 그게 고마워 꽃으로 보답하는 것일까,
나머지 화분을 바라보니 저 애들도 때가 되면 꽃이 피리라 기대가 된다.
별 볼일 없는 나무 하나가 예쁜 꽃을 피운 덕분에 있는 듯 없는 듯 물만 받아 마시고 있던 녀석들 모두 살아났다.
-한 사람이 순종하심으로 많은 사람이 의인이 되리라-롬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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