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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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06-08-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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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짬을 내어 아내와 함께 광교산을 찾았다. 언제나 가 봐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은 내가 먼저가 아님 을 깨닫는다. 나보다 앞선 자들이 있기에 겸손을 배운다.
오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엇이 그리 바빠 이런 시간도 내지 못했을까를 자책하며 아내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른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언제든지 오면 반겨주는 마음이 고맙다. 막바지 더위에 매미떼들이 기승을 부린다. 큰 산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는 그들 소리에서 최선을 떠올려본다. 7년을 기다려 태어나고서는 겨우 7일을 산다는데 소리 질러대는 것으로 그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산 중턱 쯤 이르니 벌써 헉헉 거린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보니 운동 부족임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고맙게도 누군가 수고하여 만들어 놓은 나무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다.
기쁜 이야기도, 마음 아픈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고 또 교회에 관한 비젼도 함께 나눈다. 때로는 동역자로서 나의 실수와 약점을 부드럽게 잘 권면해 줌으로 깨닫게 해 주니 고맙다.
발밑에 기어 다니는 개미들이 눈에 띈다.
먹던 과자를 손가락으로 으깨어 뿌려 주었다. 느닷없이 떨어지는 물체에 무서워 도망할 줄 알았는데 상황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평상시처럼 빈 손들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던 개미들이 땅에 떨어뜨려준 과자 부스러기를 한 입씩 물고는 개미굴로 달려간다.
금 새 소문이 났나 보다. 순식간에 개미군단을 이뤄 제 각각 한 입 물고 줄달음을 친다.
자기 집을 잘도 찾아간다. 어떤 놈은 큰 것을 물고 낑낑대며 끌고 가는가 하면 어떤 놈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작은 것을 물고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 장면이 재미있어 과자 몇 개를 연속 부숴 흩뿌려 주었다. 잔치가 벌어졌다. 개미들의 발걸음이 씩씩해 졌다.
<이것이 무엇이냐> 만나를 먹었던 이스라엘 백성들 모습이 투영된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만나!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신비한 음식이 날마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이 집 저 집, 남여 노소 가릴 것 없이 손에 손에 광주리 바구니 들고 쓸어 담아가는 장면이 보인다. 얼마나 신기했을까,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
누가 내려주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그저 한 광주리 가득 담아 집안에 쌓아 놓기에 여념이 없다. 얼마나 신기했을까, 식구들끼리, 동네 사람들끼리 모이면 그 얘기꽃을 피웠으리라,
먹어 봤수?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처음이라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내리는 것일까요?
그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을 것이다.
하늘을 쳐다보고 나를 보고 고맙다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어느 인간이 갑자기 나타나 이렇게 맛있는 과자를 뿌려주고 있나 알기나 할까, 개미의 언어를 알 수 없으니
속마음은 모르겠다. 어쨌든 자기들이 수고하지 않은 소득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축복이다.
오직 나의 은혜로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처음 먹어볼 것이다. 오직 나의 은혜로......
아쉽게도 그 자리, 그 장소에서 똑 같은 시간에 과자를 뿌려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른다.
그런데 매일 똑같은 시간이 똑같이 맛있는 과자가 내렸던 광야시대에는 그 백성들이 과연 하나님의 은혜를 알았을까?
아니 지금 인간들은 그 하나님의 은혜를 알까, 매일 매일 내려주시는 만나 때문에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내려지고 있음을 깨닫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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