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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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Date 06-04-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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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함께 신앙을 나눴던 청년이 있었 다. 그는 머리는 똑똑했는데 무언가를 항 상 흘리고 다닌다. 그가 앉았다 나가는 곳 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볼 펜을 빠뜨린다든지, 노트를 놔둔다든지, 심지어는 땀을 닦는다고 벗어 놨던 안경도 놔두고 가는 날이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놀려대는 말이 있었다.
‘거시기도 들고 다니는 것이라면 아마 진즉 잃어버렸을 것’이라고.
요즘 문득 그가 보고 싶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버릇은 고쳤는지, 아마 지금도 여전하지 싶다. 그런데 그가 보고 싶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내가 요즘 그 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새 중요한 서류 하나를 찾는데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아내는 집에서, 나는 사무실에서 종이 한 장 사이까지 들춰보면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여기 뒀는데, 이상하다’ ‘당신 한번 생각 좀 해봐, 그 서류 집안에서 본 적 없어?’ 아이한테도, 사무원에게도 물어보지만 소식은 감감하기만 하다.
얼마 전에는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도장을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아끼던 알갱이 떨어진 것으로 초등학교 5학년때 부친께서 마련해 주신 뿔도장이다. 아내와 함께 산 날 보다도 더 오랜 동안 내 품안에 있었는데 최근 잃어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일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에는 모르겠다. ~못 찾겠다 꾀꼬리~ 도장 찾는 일은 포기하고 인감을 바꿨다.
그와 거의 동시에 또 열쇠도 잃어버렸는데, 이런 일들로 인하여 요즘 아내로부터 엄청난 타박을 당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느냐고, 내가 이 사람을 믿고 살아야 하느냐’는 둥 물건 잃어버린 속상함보다 아내에게 당하는 구박이 더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그래서 그 청년이 더욱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생활하고도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올해 시작하면서 양복 안주머니에 한 가지 물건이 추가되었다. 수첩이다.
누구와 약속을 해놓고 까마득하게 잃어버리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수첩을 챙겼다. 나도 내 자신의 머리를 믿을 수 없으니 그때 마다 메모를 해 두자는 서글픈 대책이다.
스스로 정신 차리고 살자고 다짐해 보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물건을 어찌할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사님 머리는 컴퓨터’라는 말을 들었는데, 요즘은 새 교우들의 사진을 자꾸만 들여다본다.
돌에는 새겨 놓으면 된다는 명언을 실천하는데도 이것 역시 어렵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내 건망증도 사라지고 옛날의 그 총명함이 소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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