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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과 봄비 (260412)

    페이지 정보

    조회Hit 1회   작성일Date 26-09-10 16:36

    본문


    황구지천 양 길에 벚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벚꽃과 처음이자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눕니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꽃이기에 인증샷을 찍어 보관합니다.

    30여 년 전, 이곳 시골 동네 사람들이 미래를 내다보며쌈짓돈 모아 

    작디작은 벚나무들을 심었다네요.

    그 사이 나무들이 자라 수원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물이 되었네요

    사잇길을 걸으며 매년 이때쯤 불어오는 봄비와 봄바람을 원망했습니다.

    둘은 악연인가?

    왜 항상 이때쯤이면 비바람이 불어 곱디고운 꽃잎을 몽땅 털어버릴까,

    길어야 일주일,

    너무도 짧기에 정신 차리고 나오지 않으면 감쪽같이 사라지고 맙니다.

    봄꽃을 시샘하는 심술궂은 비바람이라 생각했습니다.

    활짝 웃던 꽃잎들은 맥없이 몸을 던지며

    길바닥 위로, 젖은 흙 위로, 아가씨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집니다.

    누구는 말합니다.

    비와 바람은 꽃의 원수지간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앗아가는 무정한 불청객이라고.

    자연의 숭고함은 여기에서 교훈합니다.

    봄비는 봄꽃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니라

    비워내지 않으면 채울 수 없고,

    놓아주지 않으면 결실을 맺을 수 없기에

    이제 때가 되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수줍게 고개 내미는 연둣빛 새순을 봅니다.

    비와 바람이 꽃을 털어낸 것은 시샘이 아니라

    거룩한 비워냄의 과정입니다.

    이제 곧 버찌가 열릴 것입니다.

    거룩한 열매를 맺어야 하기에

    바람에 날려 길가에 눕는 꽃잎들은 슬퍼하지 않습니다.

    떨어진 꽃들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때,

    가장 화려한 때,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을 때,

    그들은 거룩한 희생을 미소로 맞이합니다.

    꽃과 비는 악연이 아니라

    가장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돕는

    신실하고 고마운 동반자임을 깨닫습니다.

    순백 벚꽃잎 떨어진 자리에 태어난 연초록 새순은

    하나님의 따스한 미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