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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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과 현상
며칠 전 어린이집 실습교사의 눈물은 평소 마음속에 늘 생각만으로 존재하던 ‘본질과 현상’이라는 단어를 수면으로 떠오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보육실습’을 오게 되면 한 달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도교사(1급만 가능)의 모든 면들을 모델링으로 하여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실제로 경험하게 됩니다.
첫째 주는 관찰, 둘째와 셋째 주는 부분수업, 마지막 넷째 주에는 all day수업으로 하루를 진행해 보는 것이 큰 틀인데 마지막 all day 수업 때는 내가 항상 들어가 관찰을 하고 평가를 해주는 것을 지금까지 수년간 진행해 왔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평가를 해주는 과정에서 실습생이 눈물을 흘리기에 마음이 아파 그냥 지도교사의 지도로만 끝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보육교사교육원을 마치고 바로 아이들을 만날 수도 있는 실습생들을 보면서 그들을 만나게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조금 듣기 싫은 소리라도 내가 해주는 것이 실습을 받은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진행해 왔던 것입니다.
‘패턴’을 알려주기 위한 활동으로 ‘가을’ 주제에 맞추어 여러 가지 동식물의 사진들을 코팅하고 오려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활동해 보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그림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너무 어려워 흥미를 잃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 다음날 지도교사와 실습교사에게 평가에 대한 부분을 서로 이야기하는 중에 6세 연령에 맞게 조금 적은 동식물 종류와 개수로 그림자료만 코팅하기보다 한글을 넣어서 좀 더 견고하게 만들어 언어까지 함께 놀이 중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는데 실습생은 학교에서 교수가 보여 주었던 패턴도 그런 것이었고 학생들도 그렇게 패턴을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했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교재교구 제작의 첫 번째 조건은 ‘발달을 고려한 견고함’이라는 생각에 한번 쓰고 버릴 것처럼 만들었냐는 나의 지나친 말에 눈물을 흘리며 서운해 했던 실습생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해줄 수 있었던 말이 바로 ‘본질과 현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패턴을 알려주기 위해 학교에서 배웠던 방법은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규칙성을 띠는 양식이나 유형’이라는 패턴의 본질을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낸 한 가지 방법이었을 거라는 것입니다. 본질과 현상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면 현상은 본질의 구체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늘 변화하고 사람들마다 표현, 평가,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우리네 삶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을까요...?
외모지상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얼굴이 못생기거나 뚱뚱하면 인격이나 성격을 떠나 인정받기에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시기에 외모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어른들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해주는 것은 본질을 잃고 현상만을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말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는 진실한 이해와 사랑이 깔린 격려의 말 한 마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크리스챤의 삶에서도 비슷한 예가 많을 것 같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는 말씀은 모든 기독교인들이 너무나 잘 아는 요절일 것입니다. 머리와 입으로는 수없이 외치는 말씀이겠지만 실상 삶에서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기에 내 눈에 보이는 현실만을 쫒아 행동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하여 자신의 인간적인 욕심을 채우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부정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독교의 본질은 하나님께서 우리네 사람들을 사랑하셔서 그의 아들 예수를 십자가에 내어 주셨고 예수님은 성령님으로 우리에게 오셔서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옆으로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십자가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듯이 바로 ‘사랑’일 것입니다.
먼저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존귀한 가치가 있는 내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수많은 성경공부와 좋은 친교 프로그램, 근사한 프로그램이 있다 할지라도 실제 생활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기독교의 본질을 떠나 현상에만 치우친 크리스챤이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믿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들에 감사하며 만족 할 수 있을 때 타인을 존중하고 신뢰 할 수 있으며, 신뢰가 밑바탕이 될 때 진실한 사랑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행복 할 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안겨 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내가 먼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때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의 본질은 영유아기 아이들의 행복 입니다. 좋은 환경도 좋은 교사도 좋은 교재교구, 훌륭한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외관상으로 멋있는 어린이집에 화려한 프로그램들로 가득하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본질을 잃어버린 현상만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좋은 어린이집이 될 수 없습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어린이집 생활을 즐거워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이 건강하게 잘 성장 할 때 아이들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할 때 부모들도 행복하며 나아가 지역사회의 가정들이 건강하게 제 기능을 다하게 될 때에 청소년 자살 세계 1위라는 불행을 막을 수 있으며 좋은 사회 분위기, 바람직한 교육현실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한 알의 밀알이 수많은 열매를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 한 명, 한 명의 작은 웃음과 울음소리의 의미까지도 섬세히 살피는 자세를 가지고 하나님나라의 일꾼으로 소중히 잘 양육해 낼 때 어린이집을 부흥시키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넘쳐나는 아이들로 확장 될 것이며 아이들이 행복하게 영유아기를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에서 작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귀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게 될 것입니다.
부모는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치는 양육자이기에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맡겨주신 아이들에 대한 가장 큰 소망, 즉 본질은 아이들이 언제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보호, 과도한 통제, 과도한 허용, 선행학습, 부모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 바라는 마음 등은 본질을 위한 잘못된 현상으로서 오히려 아이들을 자살이나 학교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만들어 불행한 삶을 살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행복한 가정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며 다른 친구들을 사랑하고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거꾸로 부모들이 각각 자신들의 개인적인 삶에 치우쳐 서로 다른 생각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우울하거나 공격성을 보이게 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랑 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어 발달에 저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으므로 결국은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탓하고 걱정하기 전에 부모 자신들의 양육태도나 방법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우선되어져야 할 것이며,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고 그 방향으로 자라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부모들의 걱정과 꾸짖음보다 인격적으로 성인과 평등하게 여겨주는 존중, 격려와 구체적인 칭찬, 수용과 인정∙ 공감, 적당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 성취감 등이 자존감을 높게 하며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높여 주어 성인이 되기까지 각 발달단계마다 주어지는 발달과업들을 수행해 낼 수 있는 내면적인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어른들이 다음 세대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 무엇일까요?
일류대학 졸업장, 좋은 성적, 빼어난 미모, 높은 토익 점수 등이 비슷한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대기업에 입사해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과제, 새로운 만남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잘 극복해내어 인정받으며 기쁨을 갖고 생활하고 있는데, 또 다른 같은 조건의 한 사람은 같은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일들에 난감해 하며 불평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비관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면 두 사람에게는 무엇이 그렇게 상반된 삶을 만든 원인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현상적인 것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사람답게 살아야한다고 말씀과 사랑으로 보여 주신 본질적인 기본 인성, 인격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였을 것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한 좋은 시가 있기에 소개해 봅니다.
어버이의 기도
저의 자식을 이러한 인간이 되게 하소서
약할 때 자기를 잘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를 요행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곤란과 고통의 길에서 항거 할 줄 알게 하시고
폭풍우 속에서도 일어 설줄 알며
패배한 자를 불쌍히 여길 줄 알도록 하여 주소서
그의 마음은 깨끗하게 하고
목표는 높게 하시고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게 하시며
미래를 지향하는 동시에 과거를 잊지 않게 하소서
그 위에 유머를 알게 하시며
인생을 엄숙히 살아가면서도 즐길 줄 아는 마음과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한데 있다는 것과
참된 힘은 너그러움에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그는 헛된 인생을 살지 않겠노라고 나직히 속삭이게 하소서
- 다그라스 맥아더 -
현상은 늘 가변적이고 변화하는 것이지만 본질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상에 집중하는 사람은 그 변화하는 현상에 의해 자신도 가볍고 쉽게 변화하는 것을 추구하며 쫒아가다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그러나 본질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변화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으며 본질적 태도를 유지한 채 견고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느 곳, 어느 때든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하나님나라로 기독교의 본질인 ‘사랑’을 온 몸으로 새기어 서로 섬기며 나누고 보듬어 주며 격려와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로 오늘 지금 내 가족, 내 이웃들과 만날 수 있음 그 하나에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4. 11. 7.
이 종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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