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이 같은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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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끝이 같은 동그라미
올 해 우리 어린이집 5세반인 소망반의 분위기는 여느 해보다 원아 수는 1~2명이 더 많은데 분위기는 더 조용하고 서로 친구들을 챙겨주는 따스한 느낌입니다. 반의 분위기는 담임교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이 많아 교사들이 조용해서인가?, 아니면 성향이 조용한 편인 아이들이 많아서일까? 생각도 했지만 담임교사가 다른 때보다 유난히 조용한 것도 아니고 조용한 성향의 아이들 중에 5세 특성을 살려 맘껏 개구쟁이 노릇을 하는 아이들도 있는데...?라며 궁금증이 남아 있던 중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적인 흐름, 사랑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해마다 어린이집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 2~3명 정도는 발달 지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입학을 하게 되는데 올해 소망반에는 그러한 친구들이 예년보다 조금 많아 담임교사 2명이 1명씩 맡고 손을 잡아주어 친구들의 놀이에 자연스레 참여토록 도와주며 언어적인 소통이 되지 않아 손이 먼저 나가 친구들을 공격 할 수 있음을 대비해 그 아이들의 곁을 떠나지 못하면서 전체 아이들의 일과를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아이들은 자신들도 그 아픈 친구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선생님이 곁에 없을 때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말을 걸며 놀아 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화장실에 함께 가주기도 하고, 그 친구가 힘들어 엎드려 있을 때면 조용히 곁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신들처럼 예쁘게 앉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산만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서도 따라 하기보다 이해하는 마음으로 담임교사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 하나 하나가 쌓여 소망반의 따스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십자가는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옆으로는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라는 뜻이야’ 백번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힘든 친구들을 도와주는 행동 하나가 더 귀한 신앙교육이며 인성교육이 될 것입니다.
매주 교사회의를 할 때면 제일 먼저 반 아이들의 생활에 문제는 없는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특히 문제행동 등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적응과 변화는 어떤지, 그 아이들을 대하는 다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며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고 때로 그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케어하며 전체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어려움을 투정 비슷한 웃음으로 호소하는 교사들에게 ‘우리 어린이집 아니면 또 선생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선생님이 하고 있어’ 하며 고마움을 표현해 주기도 했던 것들이 영적인 흐름을 타고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이집 운영을 맡은 저 또한 힘들 때면 하나님께 기도하고 그 때마다 하나님은 제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답해 주시고 조용히 지켜보아 주심에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약 4년 전쯤 평가인증 조력(평가인증을 준비하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환경구성 외 지침을 안내하며 도움을 주는 것)을 위해 용인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7세반 담임교사 한명이 조력을 받는 것을 알면서도 교사실에서 혼자 울고 있다가 말없이 먼저 퇴근을 해서 조금 당황했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반에 있는 장애아이 1명 때문에 너무나 속상하고 화가 났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선생님의 힘겨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선생님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1명의 장애아이가 어떤 대우를 받을지 예측할 수 있었기에 마음이 좋지 않았고 다른 교사들에게 장애아를 맡은 담임교사일 경우 아이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아이가 불행한 것은 물론 교사 자신도 보람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 교사로서 행복 할 수 없고 그런 마음은 정상적인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어린이집의 교실 공간이 너무 좁아 영역구성을 할 수 없어 비어 있는 옆 교실을 터서 확대해 주어야 7세 연령에 맞도록 놀이를 할 수 있다고 원장에게 말했을 때, 비어 있는 교실은 새로이 어린 연령의 반을 증설 할 계획이기에 확대 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속이 상해 먼저 퇴근한 선생님의 태도가 어쩜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입학해 있는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어려움은 없는지, 즐겁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 보다 어린이집의 운영에만 집중되어 원장으로서 장애아를 돌보는 교사의 힘겨움을 덜어주거나 격려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이제 겨우 15세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노숙자와 노인들을 상대로 폭행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은 후, 소변을 보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물론 벌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렇게 만든 책임은 가정과 사회에 있음을 시인해야 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존중해주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자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주민의 무시하는 행동과 언어적인 폭력으로 한 가정의 가장인 40대 경비원이 분신자살한 사건은 우리 사회 인격적인 존중이 사라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정부, 기업, 단체 등 곳곳에서 만연해 있는 권위주의 문화의 산물인 갑을관계 부조리를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노숙자나 노인들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섬기며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자란 성인은 어떻게 주변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호흡하며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동그라미는 처음과 끝이 서로 맞닿아 있어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어느 부분이나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어 원 안에 있는 것들을 감싸 안아 보호하며, 가득 찬 듯하면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똑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음을 인정하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 하는 분위기라면, 직선은 위⋅ 아래가 분명하여 누구든 위의 자리를 오르고 싶어 경쟁과 싸움이 있고, 선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처음과 끝은 멀리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부드러움이나 여유로움 보다는 딱딱하고 이기적인 그래서 절대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직선이 곡선이 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처음의 한 점이 시선을 맨 끝 점으로 돌려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인격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주고 인정해주며 수용해 주고 공감해 줄 때 즉, “응 그랬었구나.” 말 한마디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네 말을 나도 인정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주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해 주며 때로 잘못을 해서 훈육을 받을 때도 아이들 마음속에 ‘그래도 아빠 엄마는 나를 사랑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평소에 구체적인 칭찬과 격려, 배려, 인내 등으로 믿음과 사랑을 표현해 준다면 그 가정은 부드러운 동그라미의 분위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사회의 가장 기본 조직인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이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 줄 때 아이들도 존중을 받는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알며 부모님을 존중하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게 됩니다.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존중 해 줄 때 그 사람은 스스로 권위적이게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권위를 인정받게 되며 타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 받을만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어 자존감이 높아지게 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나보다 타인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며, 사랑하고 나누는 마음을 갖게 되며, 나눔의 기쁨은 자존감을 더 높여줄 뿐만 아니라 ‘나는 할 수 있어.’라는 자기 효능감을 극대화 시켜주어 성인이 되어서도 성공적인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컵에 물이 가득차면 넘쳐흘러 타인을 생각하는 나눔이 가능하겠지만 물이 모자란다면 그 부족함 때문에 늘 갈급함을 느끼기에 멀리 또 높이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을 수 없고 바로 눈앞에 현실만을 바라보게 되기에 경직되고 이기적인 마음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존귀하신 예수님께서 왜 왕궁이 아닌 마굿간에서 태어나셨을까요?
그건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 주시기 위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주일 중등부 예배에서 이제 겨우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엄마가 웃으며 함께 놀아주다가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로 바뀌자 실험에 참석한 아기들 모두 울음을 터트리며 짜증을 내었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건너편에서 엄마가 무표정한 상태로 아기를 바라볼 때 아기는 시각벼랑 앞에서 낭떠러지로 보이는 곳을 못 건너고 되돌아갔지만 엄마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을 때 엄마 표정을 바라보며 낭떠러지로 보이는 곳을 담담히 기어 건너가는 것이었습니다.
‘영적인 흐름, 사랑의 힘'은 태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듯 합니다.
내가 지금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은 잊은 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함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늘 내 곁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직장 상사 및 동료, 친구, 이웃들,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면 자신의 가치도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내 앞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모든 사람들에게 활짝 웃는 미소를 보여 준다면 상대방에게 마음의 스킨쉽으로 전달되어 긍정적인 기운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가볍게 보아 방치했다가 옆 건물로 전달되며 도시 전체를 범죄지역으로 만들었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란 사람이 1982년에 이론으로 발표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있습니다. 이 이론을 근거로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는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뉴욕시 지하철에서 낙서를 철저히 지우는 작은 행동의 시작을 건의해 지하철 범죄 75%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처럼, 상대방을 향한 작은 미소 하나가 행복한 모임의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바로 나부터 내 가족, 내 이웃들에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마음의 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2014. 11. 21
이 종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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